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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UX 300e, 서울-동해 왕복으로 알아본 실제 주행거리는?

따뜻한우체부 2022. 10. 6. 19:45

렉서스 UX 300e를 타고 강원도 동해로 향했다. 갑자기 웬 장거리 운전이냐고? 전기차 중에서도 ‘약체’로 평가받는 UX 300e가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실제 고속도로 주행거리와 전비를 체크하고, 장시간 운행으로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점도 찾았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렉서스, 서동현

‘좋은 전기차’의 기준은 뭘까? 자동차를 고를 땐 디자인과 성능, 실내 공간 및 소재 등 여러 항목을 비교한다. 하지만 전기차의 핵심 능력은 여전히 ‘주행거리’다. 내연기관보다 확연히 긴 충전 시간 때문에, 방전이 잦을수록 운행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통상 소비자들은 완충 주행거리가 400㎞ 이상인 경우 내연기관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 면에서 렉서스 UX 300e는 크게 주목받는 모델이 아니었다. 복합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3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론상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적어도 한 번은 충전소에 들러야 하며, 그마저도 배터리를 꽉 채우지 않으면 완주를 보장하기 힘들다. 편도 약 100㎞ 거리의 근교로 떠날 때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UX 300e는 렉서스 최초의 순수 전기차. 기존 하이브리드 버전인 UX 250h에서 엔진을 덜어내고, 앞바퀴를 굴리는 전기 모터 하나를 심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04마력, 30.6㎏·m. 차체 바닥엔 54.35㎾h 용량 배터리를 달았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495×1,840×1,525㎜로, 제네시스 GV60와 메르세데스-벤츠 EQA, 아우디 Q4 e-트론이 속한 C-세그먼트 SUV다. 휠베이스는 2,640㎜.

 

UX 300e, 왕복 500㎞에 도전하라!

 

 

사실 ‘고속 주행’은 전기차의 약점을 파고드는 일이나 다름없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7~10단으로 쪼갠 변속기를 통해, 고속에서도 낮은 rpm 유지하며 연비를 높인다. 기어가 1개인 전기차는 다르다. 주행 속도와 전기 모터 회전수가 정비례한다. 속도를 높일수록 배터리 잔량이 쭉쭉 줄어든다. 대신 도심에서 회생 제동을 적극 활용해 배터리를 채운다. 전기차의 도심 주행거리가 고속 주행거리보다 높은 이유다.

이런 특성은 UX 300e의 제원표에서도 드러난다. 도심 및 고속 주행거리가 각각 248, 214㎞며, 전비는 복합 4.7㎞/㎾h, 도심 5.0㎞/㎾h, 고속 4.3㎞/㎾h다. 목적지를 고민하던 중, 강원도 동해휴게소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서울 서초동 로드테스트 사무실에서부터의 거리는 정확히 229㎞. 마침 UX 300e의 복합 주행거리와 비슷했다. 여기에 자택→사무실까지 거리를 더해 약 250㎞에 달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완충 상태에서 계기판에 뜬 잔여 주행거리는 정확히 300㎞. 내비게이션은 경부고속도로→광주원주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를 잇는 길을 안내했다. 탑승 인원은 성인 2명. 날씨가 쌀쌀해 에어컨은 켜지 않았으며, 종종 앞 유리 습기를 제거할 때만 작동했다. 주행 모드는 ‘에코’로 설정했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 아직 주행거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았다. 내친김에 배터리 잔량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변속기 ‘D’에서 전자식 기어 레버를 아래로 내려 ‘B’모드로 바꿨다. 이때부턴 가속 페달을 떼었을 때 회생제동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아울러 운전대 뒤 시프트 패들을 누르면 회생제동 강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다만 4단계에서도 완전 정차는 지원하지 않는다.

오른발만 까딱이며 경부고속도로 정체를 탈출하자, 잔여 주행거리는 아직도 280㎞ 내외를 가리켰다. 브레이크 패드 대신 전기 모터 회전 저항을 활용한 효과가 쏠쏠했다. ‘진짜’ 테스트는 지금부터다. 광주원주고속도로에 올라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를 시속 100㎞로 설정했다. 회생제동 비중이 줄어들자, 이를 따라 잔여 주행거리도 정직하게 줄었다.

 

250㎞...200㎞...150㎞...일정하게 감소하던 숫자가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국내 고속도로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대관령 지역에 진입하자마자 배터리 잔량이 무섭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안개로 둘러싸인 대관령 휴게소를 지날 땐, 계기판에 ‘구동용 배터리 레벨 낮음’ 메시지가 떴다. 믿을 구석은 회생제동뿐이다. 고갯길의 정점을 지나, 즉시 회생제동을 B 모드 4단계로 걸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 구간인 동해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 오르막에서의 주행거리 손해를 모두 보상받았다.

 

 

동해휴게소 전기차 충전소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동해휴게소에 도착했다. 남은 주행거리는 21㎞. 집→사무실→동해휴게소까지 달린 250.2㎞를 더하면 총 271.2㎞로, 복합 주행거리(233㎞)는 물론 도심 주행거리(248㎞) 수치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전기차에게 불리한 고속 주행 위주였다는 점, 폭우로 인해 노면 ‘구름저항’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괜찮은 성적이다. 평균전비도 복합전비보다 0.9㎞/㎾h 높은 ‘5.6㎞/㎾h’를 기록했다.

휴게소에서 배터리를 채운 후,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배터리 잔량은 94%, 트립컴퓨터 잔여 주행거리는 282㎞로 꽤 넉넉했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 모습

 

서울 도착 직후의 모습

 

한전아트센터 전기차 충전소

총 242.8㎞를 운전해 서울 도착. 이번엔 주행 가능 거리 10㎞를 남겨두고 목적지에 골인했다. 강원도에서 영상 촬영을 위해 급가속을 수차례 반복한 탓이다. 자칫 서울에 들어서며 배터리를 모두 쓸 뻔했지만, 이번에도 회생제동 시스템이 활약하며 전비를 확 올렸다. 하루 종일 493㎞를 달려 얻은 최종 전비는 ‘5.8㎞/㎾h’. 서울-동해 왕복으로 인증 주행거리보다 실제 주행거리가 넉넉하며, 실제 전비도 더 높다는 점을 증명했다.

 

휴게소 충전 시간은 어떨까?

 

AC 완속 충전기

 

차데모 급속 충전기

전기차로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땐 ‘충전 계획’이 중요하다. 충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일정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완충 상태로 출발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에 의존할 듯하다. 그래서 우린 UX 300e의 실제 급속 충전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UX 300e는 충전구가 2개다. 오른쪽은 AC 완속. 0→100% 충전까지 6.6㎾로 최소 6시간 30분이 걸린다. 왼쪽은 차데모 방식 급속 충전 포트다. 최대 50㎾를 지원하며, 0→75% 충전에 50분이 필요하다. 100%까지 충전 시간은 80분. 휴게소 도착 직후 배터리 8%에서 50㎾ 차데모 급속 충전기를 꽂고 기다렸다.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기다리는 동안, 휴게소 충전기 사용 제한 시간인 40분이 지났다. 역시 40분 내에 완충은 불가능했다. 주변에 충전 대기자가 없어 다시 케이블을 물리니, 총 65분 동안 94%까지 충전할 수 있었다. 즉, UX 300e로 장거리를 떠날 땐 40분 안에 배터리가 얼마나 차는지 미리 파악해 두는 게 좋다. 매번 충전 환경이 여유롭기를 바랄 수는 없으니까. 충전기 요금 단가는 1㎾h당 324.4원. 총 충전 비용은 약 1만3,700원이 들었다.

 

운전이 재미있는 전기차, 1등 가치는 단연 ‘승차감’

 

 

UX 300e를 처음 만난 건 지난 6월에 열린 제주도 시승행사였다. 당시 시승 코스가 의외였다. 전기차의 ‘홈 그라운드’인 도심 대신, 한라산 성판악(해발 1,215m)을 지나는 굽잇길을 세차게 달렸다. 렉서스의 의도는 통했다. 작은 차체와 낮은 무게중심, 엔진을 덜어낸 가벼운 앞머리 때문에 코너링이 즐거웠다. 브랜드의 막내다운 경쾌함과 역동성이 돋보였다. 앞바퀴만 굴리는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m의 가지고 놀기 딱 좋은 힘을 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었다. 코너에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히 받쳐주면서, 자잘한 요철쯤은 꿀꺽 삼켜버리는 렉서스만의 감성까지 지녔다. 이는 서울과 동해를 잇는 고속도로에서 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 시속 100㎞ 이상에서 네 바퀴가 충격을 받아도, 소형차 특유의 가볍게 튀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시종일관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뽐낸다.

 

비밀은 새로운 하체 세팅에 있다. 대용량 배터리를 얹어 늘어난 무게와, 그에 따른 차체 거동 변화에 대응했다. 우선 앞 서스펜션 쇼크 업소버의 댐핑 압력을 최적화했다. 스프링이 받는 진동을 최소화해 보다 매끈한 주행 감각을 만들기 위해서다. 조향 기어와 앞 서브 프레임 연결부에는 보강재를 덧대, 한층 정교하고 빠른 핸들링 응답성을 챙겼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분히 가라앉는 고속 주행 안정감도 일품이다. 무게중심 낮은 렉서스의 소형차 전용 플랫폼 ‘GA-C’ 덕분이다. 알루미늄과 고장력 강판을 레이저 스크류 용접 및 구조용 접착제로 이어 붙여 경량화와 낮은 무게중심을 모두 실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차체 하부에 대용량 배터리를 얹어, UX 300e의 무게중심점 위치를 지면에서부터 530㎜로 묶었다.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64㎜나 낮은 수치다.

 

생각보다 알찬 옵션 구성...엔트리 모델끼리 비교하면?

 

UX 300e의 가격은 5,490만 원이다. 서울시 기준 국고 보조금 605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 172만 원을 지원받아 4,713만 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동급 소형 전기 SUV들은 어떨까? 메르세데스-벤츠 EQA는 5,990만 원부터 시작해 보조금의 50%만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 기준을 적용하면 최소 5,615만 원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시작 가격이 같은 제네시스 GV60은 5,540만 원부터다. 최근 출시한 아우디 Q4 e-트론의 경우 스포트백 모델만 보조금을 받는다. 따라서 Q4 e-트론은 5,970만 원, Q4 스포트백 e-트론은 5,999만 원부터다.

 

 

 

이들 중 UX 300e의 가격은 가장 저렴하지만, 편의기능 구성은 은근히 알차다. 전동 조절식 스티어링 휠과 3단계 열선 스티어링 휠, 오토매틱 하이빔,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선루프가 기본이다. 1열 시트엔 3단계 열선·통풍 기능이 모두 들어갔으며, 뒷좌석엔 2단계 열선을 넣었다. 혼자 또는 2명이 시내 위주로 운행하기에 부족함 없는 옵션이다. 경쟁 차종의 엔트리 트림끼리 비교해도 ‘가성비’가 돋보인다.

UX의 하이브리드 버전과 비교하면 어떨까? UX 250h의 시작 가격은 5,020만 원. 실 구매가 기준으로 UX 300e보다 약 300만 원 비싸다. 핵심 차이는 ‘연간 자동차세’다. 엔진 배기량이 1,987㏄인 UX 250h는 51만6,620원을 내야 한다. 반면 전기차의 자동차세는 13만 원으로 고정이다. 따라서 운행 조건과 충전 편의성에 따라, 누군가에겐 UX 300e가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덤으로 트렁크 용량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41L 더 넉넉한 305L다.

 

총평

 

3일 동안 진득하게 시승하면서, 어떤 소비자에게 UX 300e가 어울릴지 고민했다. ①근거리 도심 출퇴근을 함께할 ‘세컨드 카’가 필요하고 ②렉서스 고유의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원하며 ③때로는 운전의 즐거움도 누리고 싶은 분들에게 잘 어울린다. 특히 승차감과 정숙성만큼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UX보다 체급이 높은 상위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다. 렉서스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를 잘 살려냈다.

장점
1) 렉서스다운 고급스러운 승차감
2) 인증 수치보다 뛰어난 실제 주행거리 및 전비
3) 가벼운 앞머리와 낮은 무게중심으로 이룬 운전 재미

단점
1) 답답한 7인치 중앙 모니터
2) 최대 50㎾인 급속 충전 용량
3)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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