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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미래 책임질 전기차, 제네시스 GV70

따뜻한우체부 2022. 3. 18. 19:48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시승했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했다. 전용 플랫폼이 아닌, 기존 GV70의 파생 모델이라는 점이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 GV70 전기차의 완성도, 상품성은 지금까지 나온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제네시스, 서동현 기자

 

시승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내내 이런 생각만 했다. “너무 좋다고만 말하면 독자들이 싫어할 텐데, 어떡하지?” 그래도 소신껏 기사 쓰기로 마음먹었다. 디자인, 공간, 밸런스, 제동성능, 소재 등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완성도가 뛰어났다. 먼저 나온 GV70 가솔린, 디젤 모델은 이 차와 비교하면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핵심 키워드>

1. 국산차 중 가장 빠른 차…0→시속 100㎞ 4.2초

2. 놀라운 제동 성능과 제동 밸런스

3. 초고속 주행에도 안정적인 차체

4. 일반 GV70과 차이 없는 거주공간. G80 전기차와 완전히 다르다.

 

 

①익스테리어

 

 

겉모습은 일반 GV70보다 좀 더 차분하다. 앞쪽 그릴은 제네시스 고유의 지-매트릭스 패턴으로 채웠다. 그릴에 충전구가 있는데, 패턴 안에 감쪽같이 숨었다. 범퍼 디자인도 차분하게 손봤다. 휠은 19인치, 20인치 두 가지. 공력성능을 핑계로 휠 구멍을 빼곡히 채우지 않아 좋다.

 

일반 GV70과 EV 버전 구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파란 번호판과 머플러 없는 리어 범퍼를 확인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전기차 버전 디자인이 한층 깔끔해 보인다. 수평으로 ‘쭉쭉’ 뻗은 리어램프와 반사판, 스키드 플레이드, 후진등이 균형 있게 들어갔다. 외장 컬러는 카디프그린과 카본메탈, 우유니 화이트 등 총 11가지로 나눈다.

 

②인테리어

 

외모보다 실내에서 할 말이 많다. 먼저 나온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과 비교하면 많은 개선을 이뤘다. G80 전기차는 배터리 팩 때문에 바닥과 시트가 일반 모델보다 올라갔다. 그래서 승객의 머리공간이 협소했다. 게다가 트렁크에도 턱이 올라와 공간 손해가 컸다.

 

반면 GV70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공간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전고와 시트 포지션이 높은 SUV인만큼, 바닥에 배터리 팩이 들어갔어도 손해 보는 공간이 없다. 특히 제네시스는 센터 터널을 낮추고 차체 바닥 두께를 최소화했다. 뒤 차축 높이 역시 낮춰 GV70 내연기관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2열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 공간도 G80 전기차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좋다. 바닥이 볼록 솟아오르지 않고, 내연기관 버전과 큰 차이 없다. 특히 바닥에 매트를 한 겹 더 깔아 정숙성도 높였고, 양쪽엔 단단한 금속 걸이를 마련하는 세심함도 더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03L. 엔진이 없는 보닛엔 22L의 작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앞좌석은 고급스럽다. 손이 닿는 대부분의 부위를 촉촉한 가죽으로 감쌌다. 그런데 일반 GV70보다 환경 친화적이다. 가령, 재활용 페트(PET) 원단을 천장에 씌웠다. 울 원단을 함유한 천연가죽 시트도 포인트. 14.5인치에 달하는 중앙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다이얼 방식의 기어레버, 앞좌석 에르고 모션 시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풍성한 장비가 들어갔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섀시 보강도 꼼꼼히 했다. 일반 GV70의 엔진을 덜어내고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 넣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선 내연기관 모델보다 차체 강성을 24% 높였다. 배터리 탑재로 인한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량 소재를 곳곳에 심고, 부품의 개수를 최소화했다. 또한, 측면 충돌 발생 시 운전석과 동승석 승객 사이의 상해를 막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기본으로 담았다.

GV70 전기차는 듀얼 모터 AWD 단일 모델로 나온다.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71.4㎏‧m의 강력한 힘을 뿜는다. 부스트 모드 누르면 490마력까지 올라간다. 덕분에 G70 3.3 터보가 갖고 있던 ‘국산차 중 가장 빠른 차’ 타이틀을 빼앗았다. 0→시속 100㎞ 가속을 4.2초에 끊는다. 배터리 용량은 GV60과 같은 77.4㎾h. 1회 충전으로 최대 400㎞까지 달린다(19인치 휠 기준). 또한, 350㎾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18분 충전으로 배터리를 80%까지 채울 수 있다.

 

④주행성능

 

통상 미디어 시승행사에 가면, 코스 설정에서 제조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행사는 굽잇길 주행 비중이 높았다. 주행성능에 자신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GV70 전기차의 섀시 완성도는 대단히 뛰어났다. 기존 GV70 3.5 가솔린 터보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좋다.

 

핵심은 출력보다 밸런스에 있다. 제동력을 강하게 끌어낼 때, 통상 무게중심이 높은 SUV는 앞머리를 깊게 숙이며 속도를 줄인다. 이른바 노즈다이브 현상이다. 그런데 GV70 전기차는 수평을 유지한 채 차 전체를 위쪽에서 짓누르듯 제어한다. 게다가 주행모드에 따라 제동감각도 다르다. 컴포트 모드에선 페달 다루기가 편하다.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선 반응속도가 한층 올라간다. 주행모드에 따른 성격 변화가 상당히 크다.

두 번째로 돋보였던 부분은 고속주행 안정감. 확실히 GV70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안정감이 좋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의 구조적 한계를, 무거운 배터리 팩이 보완했다. 더욱이 속도를 높일수록 무게감을 더하는 스티어링 덕분에 490마력을 자신 있게 휘두를 수 있다.

 

승차감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GV70 전기차는 SUV답게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지녔다. 그런데 굽잇길에서 허둥대지 않는다. 자세 제어 능력이 탁월하다. ‘부들부들’한 승차감을 갖추면서 탄탄한 움직임까지 양립했다.

가령, 배터리 때문에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깔렸다. 덕분에 코너에서 차체 하중이 바깥쪽으로 빠졌을 때, 타이어를 진득하게 눌러주며 달리는 과정이 무척 깔끔하다. 또한, 일반 GV70보다 차체 강성이 좋고, 앞머리에 무거운 엔진이 없다. 때문에 차를 던지듯 코너를 과감하게 들어가도, 뒷바퀴 접지력까지 골고루 사용하며 선회하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각 바퀴에 토크를 최적으로 나누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eDTVC)도 이런 움직임에 한 몫 보탠다.

 

게다가 조용하다. 고속에서 2열에 탄 동승자와 대화할 때,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대중 브랜드 전기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 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비결은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인 ‘ANC-R’. 4개의 센서와 8개의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면 소음을 측정한 다음, 반대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한다. 이를 통해 승객이 느끼는 불쾌한 실내 소음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좋은 건 알겠는데, 주행거리가 너무 짧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200마력 대 성능을 지닌 대중브랜드 전기차와 비교해 상대적인 부담감이 덜하다. 가령, 490마력의 성능 갖춘 SUV가 가솔린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통상 대배기량 엔진 얹은 고성능차는 연비가 사악하다. 연료탱크를 가득 채워도 오래 가지 못 한다. 그런 면에서 바라보면, GV70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기존 고성능 가솔린 SUV와 비교해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

 

특히 GV70 전기차엔 전륜에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 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디스커넥터 구동 시스템(DAS)이 들어갔다. 일반 컴포트 모드에서 어지간한 주행은 후륜 모터로만 한다. 따라서 평범한 출퇴근길에선 배터리를 최대한 아껴 쓸 수 있다.

먼저 나온 G80 전기차, GV60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바로 ‘e-터레인 모드’다. 노면 상태에 따라 눈길(SNOW), 모랫길(SAND), 진흙길(MUD) 중 고를 수 있다. 각 모드에 따라 구동력을 효율적으로 나눠 대응 능력을 키웠다.

 

⑤총평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기차에서 느낀 여러 단점들이 GV70에선 만날 수 없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니지만, 거주 및 트렁크 공간은 GV60보다 한층 넉넉하다. 무엇보다 주행 안정감, 제동 성능 등 ‘기본기’가 출중하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조금 흐릿하게 보였던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동화 비전, GV70 전기차가 깨끗하게 바꿨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

 

장점

1. 일반 GV70과 차이 없는 넉넉한 거주공간

2. 돋보이는 주행 안정감, 제동 성능

3.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소재, 정숙성, 조립 완성도

 

단점

1. 보닛 속 수납공간(프렁크)이 조금 더 크면 좋겠다.

2. 490마력을 온전히 받아내기에,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 타이어는 조금 아쉽다.

3. 좋으면 뭐해, 이 차도 오래 기다려야 살 텐데..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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